[칼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실천하는 기업회생절차

윤병운 (사)한국기업회생협회 회장
이종현 AVPN 한국대표부 총괄대표 겸 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부회장

기업회생은 단순한 파산이나 폐업이 아니라,
생존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경제적 심폐소생술에 가깝다.

경제 뉴스에서 기업회생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 대중은 흔히 ‘망했다’, ‘끝났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심각한 오해다. 기업회생은 단순한 파산이나 폐업이 아니라, 생존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경제적 심폐소생술에 가깝다.

■ 기업회생, 그 진짜 의미는?

기업회생제도(구 법정관리)는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이 법원의 감독 아래 채권자, 주주, 채무자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구조조정과 경영개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생존을 도모하도록 마련된 제도다. 파산이 기업의 경제적 가치가 총체적으로 소멸되는 것을 의미한다면, 회생은 남아 있는 자산, 기술, 고용, 공급망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기업과 산업 생태계 전체를 보호하여 기업이 재기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하나를 살리는 것은 단순히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해당 기업과 연결된 수많은 협력사, 지역사회, 금융기관, 노동자들의 생계까지 지키는 결과를 낳는다. 회생은 결국 한 기업을 넘어, 경제 전체의 연쇄 충격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장치다.

■ 왜 기업회생절차는 심폐소생술과 같은가?

심폐소생술(CPR)이 멈춰가는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 위한 긴급처치라면, 기업회생절차 역시 위기에 처한 기업을 구조하여 경제 생태계의 필수 기능을 다시 작동시키는 과정이다. 정확하고 신속한 대응이 생사를 가르듯, 기업회생절차에서도 적절한 타이밍과 전문적 접근이 성공의 핵심이다.

기업회생절차는 기업 자산의 급격한 가치 증발을 막고, 노동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며, 기술과 노하우의 연속성을 확보할 뿐 아니라 금융권의 부실 연쇄를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모든 과정은 회생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기업 하나를 살리는 것은 단순한 연민을 넘어, 경제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 기업회생절차에 대한 편견을 넘어

한국에서는 여전히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는 것을 ‘망신’이나 ‘치욕’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기업 CEO들이 이 절차를 진행하는데 있어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기업회생이 오히려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의 GM, 델타항공 등은 법적 회생절차(Chapter 11)를 거쳐 되살아난 대표적 사례이며, 지금은 세계 경제의 중심에서 활약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는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우리 옛 속담에도 있듯이 단순히 실패가 아닌 더 나은 미래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제2의 성공을 위한 결단을 내리는 과정이다.

■ 지금 필요한 것은, 회생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

최근 홈플러스 사태는 우리에게 기업회생절차의 본질과 한계를 동시에 일깨워준다. 홈플러스는 실적 악화와 경영구조 변화를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과 점포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지역경제 위축이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물론, 경영이 어려워진 기업이 기업회생절차를 모색하는 것은 필연적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회생절차가 기업만의 생존 전략으로 작동하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일방적으로 희생된다면 그것은 결코 건강한 회생이라 할 수 없다.

진정한 회생은 단순히 기업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람과 공동체도 함께 살리는 종합적 접근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내부에서 조기에 경영 혁신을 추진하고, 현대적 기준에 부합하는 투명성과 책임 경영 체계를 강화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채권자와 채무자 간에는 일방적 손실 전가가 아닌,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한 상생 합의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회생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금융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 체계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특히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지역 경제의 연쇄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금속과 같이 단단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될 때 비로소 기업회생절차는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경제와 기술 그리고 사람을 함께 살리는 진정한 심폐소생술이 될 수 있다. 최근 홈플러스 사례는 이러한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회생절차는 단지 기업만을 위한 생존 전략이 아니라, 사회 전체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고민하고 설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는 회생 기업을 둘러싼 생태계가 보다 성숙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내부의 조기 구조조정과 경영 혁신을 유도하고,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투명한 이해 조정을 지원하며, 회생 기업에 대한 DIP금융 및 공공 부문의 실질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인가를 받은 기업의 정상화를 위한 후속 지원 시스템 역시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이러한 생태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많은 기업들은 충분히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생을 포기하고 파산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 기업회생은 끝이 아니라, 다시 뛰는 시작이다

회생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는 기업이 스스로 생존의 기회를 찾고, 사회가 그 가능성을 지지하는 일이다. 마치 단단한 몽석(夢石)이 건축물을 지탱하듯, 탄탄한 회생 제도는 국가 경제의 기반을 든든하게 지켜준다.

우리는 지금, 더 많은 기업들이 심폐소생술을 받을 수 있는 성숙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경제는 결국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다. 한 줄기의 희망을 살려내는 것이야말로, 전체 시스템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출처: 디지틀조선/이종현 칼럼니스트]

>>> https://digitalchosun.dizzo.com/site/data/html_dir/2025/04/29/20250429801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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